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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였던 곽유라 플레저랩 대표는 2014년 친구들과 함게 성인용품점 사업에 도전했다. 그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여성도 성 주체로서 자기 기분을 이야기하고, 평범한 여성도 성인용품을 사용한다는 인식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임세준 기자
간호사였던 곽유라 플레저랩 대표는 2014년 친구들과 함게 성인용품점 사업에 도전했다. 그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여성도 성 주체로서 자기 기분을 이야기하고, 평범한 여성도 성인용품을 사용한다는 인식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임세준 기자

<TF라이프人>은 일반인이지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일반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힘든 일상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일상을 내보이며 서로가 다르지 않음을 알고 희망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성인용품점 한 번이라도 가보셨어요?"

곽유라(29) 플레저랩 대표가 물었다. 3년 전, 곽 대표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여성을 타깃으로 한 성인용품 사업에 도전했다. 그의 나이 스물 여섯이었다. '젊은 여성이 성인용품점을 냈다'는 사실 만으로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수년간 직장인으로서, 프리랜서로서 커리어를 쌓은 이들이 금기로 여겨져온 성인용품 매장을 차린 건 말 그대로 '도박'이었다.


궁금했다. 여전히 성(性)에 대해 보수적인 문화가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곽 대표와 친구들은 왜, 고생길로 들어섰을까. 세 번의 해가 바뀐 지금, 그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또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도 최근 공직자들의 '여성 비하 인식' 논란이 불거진터라 왠지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곽 대표를 찾은 이유였다.

23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고급스런 디자인의 간판이 내걸린 한 건물로 들어섰다. 2층 출입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자 한 커플이 다정하게 소품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환한 조명과 깔끔한 인테리어로, 대충 보면 여느 편집숍 또는 카페 같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곳은 범상치 않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바로 섹스토이다.









곽유라 대표는 기존 남성 중심의 어두컴컴한 성인용품점과 차별화를 위해 여성 친화적 인테리어에 중점을 뒀다. 매장 전경./임세준 기자
곽유라 대표는 기존 남성 중심의 어두컴컴한 성인용품점과 차별화를 위해 여성 친화적 인테리어에 중점을 뒀다. 매장 전경./임세준 기자

속으론 살짝 민망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내부를 살피던 중 세련된 외모의 곽 대표와 얼굴을 마주했다.

"밖에서 보면 성인용품점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인테리어부터 다르죠? 대부분 남성 중심의 성인용품숍들은 일단 사장님도 남성 분이고, 외관이나 실내가 어두컴컴해 무서워서 여성들은 쉽게 들어갈 수 없잖아요. 여성 분들이 부담없이 올 수 있도록 조명도 밝게 하고, 깔끔하고 화사한 실내 환경 등 간판부터 로고까지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곽 대표의 '여성 친화적 성인용품점' 전략은 적중했다. 2014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첫 매장을 냈고, 지난해 이곳 신사동까지 매장을 늘렸다. 사업 초기 월 매출 4000만 원은 이제 연 28억을 목표로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사업을 처음 결심한 곽 대표와 친구들의 '여성으로서 고민'과 맨 땅에 헤딩하듯 뛰어다닌 결과였다.

"병원에 (간호사로) 근무하다 친구들을 만났어요. 제가 해외여행을 좋아하거든요. 외국의 신기한 가게를 찾아다녔고, 각국에 있는 섹스토이샵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 후로 한국에 돌아와서 여성 성인용품을 구매하려고 보니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더라고요. 프리랜서 외신기자로 일하던 한 친구도 외국과 비교해 남성 중심의 우리나라 성인용품점에 주목했고, 그래서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의기투합하게 됐어요."










곽 대표가 취재진에게 성인용품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임세준 기자
곽 대표가 취재진에게 성인용품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임세준 기자

곽 대표와 친구들은 성 주체로서 소비자로서 여성 중심의 성인용품점을 만들고 싶었다. 남자(파트너)의 즐거움을 위해서만 성인용품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여자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성인용품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사표를 던지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사업 초기, 대출은 줄줄이 거절당하고 규제까지 신경 써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성인용품은 '향락 산업'으로 분류돼 그 어떤 창업 지원금도 받을 수 없었다. 곽 대표는 "처음 7000만 원 정도로 시작했어요. 매장을 얻는 등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없어서 저희가 발로 뛰었어요.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 좀 더 저렴하면서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찾을 수 있었고, 인테리어 등 그게 노하우가 된 것 같아요"라고 당시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렸다.

몰래 보고 가슴졸이며 얘기하던 여성들의 성(性)은 이들을 만나 좀 더 밖으로 나왔다. 20대부터 70대까지 남녀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갖고 매장을 찾았다. 커플들에겐 건강한 성생활을 위한 데이트코스로 입소문을 탔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성인용품들은 기본적으로 유럽내 유통인증인 CE 마크와 전자파 인증 KC 마크를 받은 제품들이다.










여성 전용 성인용품들이 진열돼 있다./임세준 기자
여성 전용 성인용품들이 진열돼 있다./임세준 기자

'플레져랩'. 상점 이름부터 즐거움이 느껴지는 이곳은 성인용품 전문 매장이다. 곽 대표는 출발은 성인용품점이었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밝고 긍정적인 성문화를 위한 사업의 다각화를 고민한다. 소매에서 도매로 사업을 확장하고, 성 문화 관련 단체에 기부를 하며 무료 세미나를 열거나 성에 관련된 토크행사 등을 갖는다. 무엇보다 '플레져랩'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 정말 힘들었어요. 여전히 성인용품점을 취급하는 곳이란 이유만으로 포털사이트 등에선 자체 검열이 돼요. 페이스북 등 SNS에선 게시물이 그냥 삭제가 됐고요. 아직도 싸워 나가야 하는 부분이고, 이게 숙명이자 숙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저희의 목소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처음엔 곽 대표를 '비혼 여성'으로 알았다. 사업 초기 일부 언론에서 그와 친구들을 그렇게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NO(아니오)"라고 말했다. "결혼은 선택의 문제이고, 셋 모두 건강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비혼'이란 규정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젊은 여성들이 성인용품점을 한다'는 데서 바라본 사회적 편견일지 모른다고 했다.










곽 대표는 여자가 성에 대해 자기 기분을 이야기 한다고 손가락질 받는 게 싫어서 사명감을 더 가진다고 말했다./임세준 기자
곽 대표는 "여자가 성에 대해 자기 기분을 이야기 한다고 손가락질 받는 게 싫어서 사명감을 더 가진다"고 말했다./임세준 기자

곽 대표는 여성을 대표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보다 일에 대한 자기 소신과 확신을 이야기 했다.

"여자가 성에 대해 자기 기분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지탄받고 손가락질 받는 게 싫어서 오히려 사명감을 더 갖고 일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안되면 '여자라서 이유가 있다, 저래서 망했다'라는 인식을 심게 될까봐 더 힘내서 하자란 의지를 다지고 있어요. 요즘은 여성의 활동 분야가 많이 넓어졌잖아요. 관심 있었던, 하고 싶었던 일이 있으면, 잘 할 자신있다면, 용기를 내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합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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