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ureLab


[대한민국에서 여성 CEO로 산다는 것] 여성친화 섹스토이 숍 플레져랩’ 곽유라 대표의 창업 이야기

성기가 보이지 않도록 동물들에게 옷을 입힌다. 식탁 다리가 드러나는 것은 음란하니 테이블 보가 적어도 아래로 20인치는 내려와야 한다. 남자 저자와 여자 저자의 책이 나란히 놓이는 경우는 도서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방’이라는 단어 대신 가슴’이라 부르고 닭가슴살은 흰 고기’라고 표현한다. 어머니들은 첫날 밤을 앞둔 새 신부에게 말한다. 남편이 하자는 대로 눕기는 하되, 오직 국가만 생각해라.” 

조선시대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법한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빅토리아 시대 영국 국민들은 이처럼 금욕’적인 삶을 강요받았다. 빅토리아 여왕이 과부가 된 후 재가하지 않고 보수적인 성(性) 문화를 유도하면서 빚어진 시대상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영국 역사상 창녀와 성범죄가 가장 많았던 시절 역시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다.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가장 어두운 곳에서 곰팡이처럼 번지는 것이 성 문화’의 특성임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왜 한국엔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성인용품점이 없을까?
섹스토이 판매 브랜드 '플레져랩' 곽유라(30) 대표

어덜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플레져랩(Pleasure Lab)’의 곽유라(30∙사진)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것도 대한민국의 보수적인 성 문화 탓에 음지로 숨어든 섹스토이’ 문화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보편적인 섹스토이 소비자’였던 곽 대표는 음침한 한국 성인용품 시장에 늘 불만을 갖고 있었고, 이는 자연스레 한 가지 질문으로 이어졌다.

“섹스토이에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에서는 살 데가 없는 거예요. 성인용품 숍들이 전부 어두컴컴한 골목에 위치해 있고 들어가기도 겁나게 생겼잖아요. 게다가 가게에 있는 기기들이 인체에 무해한 제품인지 알 도리도 없었거든요. 언젠가부터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어째서 한국엔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섹스토이 숍이 없을까?'”
‘성(性) 문화’를 왜곡시킨 유교의 그늘, ‘정욕의 나라’ 대한민국

‘남녀칠세부동석. 보수적인 한국 성 문화의 기원을 잘 드러내는 단어다. 남녀 혼탕이 대중적이었고 속옷을 내보이는 것이 대수롭지 않던 고려시대의 개방적인 성 문화를 단번에 문란한 생활’로 만든 것은 조선의 유교사상이었다. 고려의 패망 원인을 개방적인 성 문화로 돌려 왕권을 강화하고 양반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남녀가 한 자리에 앉는 것조차 불경스러웠던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유교 이념의 뿌리는 끝까지 살아남아 성 문화를 상스럽고 부끄러운 것’이라 여기는 보수적인 한국 사회를 낳았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역설은 유교적 성문화로 왜곡된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됐다. 성 담론 앞에서 짐짓 점잖은 체 하지 않으면 문란하다’는 꼬리표가 붙는 사회 분위기는 해가 들지않는 음지에 키스방, 안마방 같은 변종 퇴폐업소들을 무럭무럭 키워냈다. 국민들이 포르노 산업에 소비하는 돈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 되면서 영국 국영방송 BBC가 대한민국을 '정욕(lust)의 나라'로 선정했을 정도다. 

이와 동시에 간판만 봐도 남사스러운’ 성인용품 판매점이 번화가가 아닌 으슥한 골목 길에 자리잡았고 출처도 모를 수상한 물건들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건강한 성 문화의 시작 ‘즐거운 장난감’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성욕이라는 말 자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데 식욕, 수면욕 처럼 성욕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거든요. 그게 이상한게 아닌데.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성욕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게 답답했죠.”

곽 대표가 폐쇄적이고 음침한 섹스토이 문화의 답답함을 가장 먼저 털어놓은 건 친구들이였다. 놀랍게도 친구들 역시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밝고 건강한’ 섹스토이 숍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곽 대표는 지난해 8월 서울 번화가의 상징인 합정과 신사동 가로수길, 그리고 온라인에플레져랩’의 문을 열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안에 잠재돼 있는 호기심과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게 제 목표였어요. 섹스토이는 그 수단인 거고요. 플레져(pleasure)’가 즐거움’, 유희’ 잖아요. 나의 즐거움을 연구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플레져랩(Lab)’이라고 지었어요. 말 그대로 기쁨 연구소’죠.”

마치 디자인 제품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플레져랩의 밝고 세련된 매장 인테리어는 섹스토이 숍을뒷골목의 수상한 성인용품 가게’에서 '호기심이 생기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플레져랩은 건강한 성 문화’를 표방하는 업체답게 제품을 고를 때 깐깐한 안전 기준을 적용한다. 몸에 직접 닿는 물건이기 때문에 의료용 실리콘을 사용했는지, 전자기기의 경우 유럽 전자파 테스트 검사를 거쳤는지 등을 직접 확인하고 물건을 들여온다. 음지의 불경한 성인용품’을 양지의 즐거운 장난감’으로 끌어올리기에 꼭 필요한 절차다.

양지로 나온 섹스토이 산업, 소비자들 “환영”

즐거움을 추구하는 건강한 성 문화를 만들기 위한 곽 대표의 실험. 소비자들은 어떻게 응답 했을까. 

“처음에 창업하겠다고 했을 땐 말리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민망해서 아무도 사러 오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요. 지금은 다들 창업 잘했다’고 해요. 처음 시작할 때보다 매출이 3~4배는 늘었고 지금도 꾸준히 오르고 있거든요. 단골 고객도 많이 생겼고요.” 쏟아지는 주문과 관심 만큼 고객층도 다양하다. 20~30대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40~50대를 비롯, 많게는 70~80대 까지 플레져랩의 문을 두드린다. 번화가에 있는 매장에 오기 힘들거나 온라인 주문을 어려워하는 고령 고객을 위해 전화 주문 시스템을 마련했을 정도다.  “지난 달엔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를 했어요. 홍보를 크게 하지도 않았는데 소문이 났나봐요. 오픈하기 한두시간 전부터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게다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저희가 판매하는 섹스토이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고 있는 거예요. 즐거움에 대한 열정’이 플레져랩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는 생각에 크게 감동 받았죠.”

업계에서 추정하는 우리나라 성인용품 판매 산업 규모는 1,000억원 대.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점차 몸집을 불리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섹스토이 산업’은 유례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통계 정보 사이트 스태티스틱 브레인(Statistic Brain)’은 올해 초 전세계 섹스토이 산업 규모를 연간 152억 5,000만 달러(약 17조 8,000억원)로 집계했다. 마켓워치는 세계 섹스토이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520억 달러(약 61조원)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볼 정도다.

  

여전히 깜깜한 어둠 속 규제∙관리 체계

이처럼 성 문화에 개방적인 서구 문화 유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성인용품 소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문제는 규제와 안전 관리 체계가 어둠 속에서 나올 생각을 않고 있다는 것. 

“성인용품 판매점에는 청소년 출입불가 표시를 꼭 해야해요. 얼굴이 어려보이는 고객이 오시면 양해를 구하고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죠. 온라인 몰에도 공공 아이핀으로 성인임을 인증하는 창을 달아야 하고 포털 사이트 광고도 금지돼 있어요.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연령대 있으신 분들이 구입을 너무 어려워하셔서 그게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현행법상 성인용품점은 관할구청 등의 인∙허가를 받지 않아도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종에 속한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는 규제가 많아 업계 종사자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해외에서 들여오는 성인용품은 심의위원회를 거쳐 통관이 허용돼야 수입할 수 있다. 미풍양속을 해치는 물품이라 판단되면 통관이 보류돼 물건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관세청은 "자위 기구 등의 전면 수입을 허용하면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금지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성인용품업은 각종 신용기금의 융자 제외 업종에 포함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온라인 광고 루트도 없다. 포털에서 자위기구가 등록된 쇼핑몰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에는 남성용 자위기구를 진열했다는 이유로 성인용품점 운영자가 기소되기도 했다.  성인용품 산업을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없다는 점도 큰 문제다. 성인용품 산업이 음지로 숨어들어 불법 제품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지만 관리∙감독 기관이 없다보니 안전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성인용품’은 산업 표준 분류에도 들어가지 않아 판매업자들이 완구를 파는 '문구업종'으로 등록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  지난 2014년 소비자원이 보건복지부에 성인용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달라 건의했지만 2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정부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는 답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성 문화의 그늘을 비추는 한 줄기 빛, 섹스토이

정부가 성인용품 산업 관리에 손놓고 있는 사이에도 섹스토이는 건전한 성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남성 손님들 중에 장기 출장을 가기 전에 들러서 자위용품을 구매해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외도를 하거나 성매매 업소에 가는 대신 건강하게 성욕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죠. 임산부들의 경우에는 남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를 때 많이 찾아오세요. 돈을 주고 성을 사거나 가정이 있는데 바람을 피우는 게 올바른 성 문화는 아니잖아요. 이럴 때 섹스토이가 건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거죠.” 알록달록 색색의 성인용품이 가득한 아름다운 공간에서 곽 대표의 섹스토이 예찬론을 듣고 있자니 1977년 개봉한 로맨스 영화 애니홀’의 한 장면이 겹쳐진다. 우디 앨런이 연기했던 주인공 앨피 싱어는 영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봐요. 자위를 비난하지 말아요. 그건 제가 사랑하는 누군가(someone)와의 섹스란 말예요.” 기사/영상편집/인포그래픽= 비즈업 김현주 기자 joo@bzup.kr 영상 및 사진 촬영= 비즈업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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