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겁게 오르가즘하라

 

섹스토이 사용만 십 년 째, 성인용품점 개업 반년 째. 직접 사용해보고 괜찮은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우리의 철학인지라, 반년간 수도 없이 다양한 섹스토이를 구입하고 사용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수십가지 섹스토이들은 플레져랩 팀원들이 다 직접 사서 사용해보고 소장하고 있는 제품들이다.이쯤 되니 이제 왠만한 섹스토이는 손으로 잡아만 봐도 느낌이 오고, 대략 그 토이가 가져다줄 감각을 어림잡을 수 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라이선스 패션지의 기자가 혹시 지금 유럽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우머나이저]란 섹스토이를 아냐면서 연락을 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기기의 존재를 몰랐던지라, 당장 검색에 들어갔다. 화면에 나타난 우머나이저는 이제까지 본 바이브레이터나 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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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하고 커다란 바디에 투박하고 촌스런 색과 디자인. 그리고 느닷없이 달려있는 새끼 손톱만한 구멍.

아무리 봐도 피부 미용기기 혹은 귀에 넣어 체온을 재는 온도계정도로 밖에 안보였다. 하지만 클릭해서 읽어본 소비자 리뷰는 찬사 일색이었다.

 

“별 다섯개. 생애 최고의 오르가즘”

“이 섹스토이만을 위한 새로운 카테고리가 필요하다.”

“섹스토이계의 혁신- 이런 말은 10년에 한 번 할 수있는 말이다.”

 

간혹가다 ‘별 느낌이 없어서 실망했다’는, 별 다섯개 만점에 별 반 개짜리 리뷰도 없진 않았지만, 100개의 리뷰중 한두개 정도일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이 정도 평가라면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아하니 우머나이저는 흡입(suction)을 이용해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토이였다. 지금까지는 클리토리스에 직접 진동기나 섹스토이를 갖다 대 자극하는 것으로 오르가즘을 이끌어 냈다면, 우머나이저는 오로지 공기압으로 빨아들여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오르가즘”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또 제조사가 20~60대 사이의 50명의 여성에게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절반의 여성이 1분 이하의 시간에 절정을 느꼈으며, 75%의 여성이 멀티 오르가즘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바로 물건을 주문했고, 약 한 달뒤 매장으로  우머나이저가 배달되었다. 판매 전 시험용 샘플을 구입한것이다. 두 개는 디스플레이용으로 남겨두고, 네 명의 팀원들이 각 하나씩 집으로 우머나이저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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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 자체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두툼한 편이지만 한 손에 쏙 잡혔다. 전원을 켜자 ‘브브브-‘ 하는 요란한 소리가 났는데, 마뜩잖은 느낌이었다. 손가락 끝을 살짝 대 봤지만 그다지 흡입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일단 사용 지침대로 써보기로 했다. 몸을 일으켜 화장대에서 윤활제를 꺼내기도 귀찮고, 마지못해 침도 안바르고 기기를 가져다 댔는데…

 

‘?!???!?!?!??!?’

 

첫 오르가즘의 힌트가 오는데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둔하게 느껴지던 뇌가 갑자기 갑자기 쭈뼛! 하고 서더니, 전구가 켜진듯 했다.

 

‘이거 뭐지?????’

 

약간의 멘탈 재정비, 심호흡 후 다시 기기를 가져다 댔다. 요란하던 소음도 클리토리스 위에 기기가 딱 얹어지는 순간 고요해졌다.

 

‘위이이이…..브브브브브브브….’

 

역시 30초가 채 못되어 클리토리스 오르가즘 스케일에서’가장 인텐스하다’ 고 느꼈던 단위까지 바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나왔다. 심지어 무서운 기분까지 들었다. 발로 기기를 밀어 침대 구석에 놓고, 무릎을 감싸고 앉았다. 그동안 수백번은 느껴온 오르가즘과는 다른 차원의 감각.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느낌이 아닌, 완전 다른 세계로 튕겨져 나가는 기분! 마치 가보지 못한 길에 처음 발을 딛는 것 처럼, 신비롭고 흥미롭지만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침을 삼키고, 세 번째로 우머나이저에 손을 뻗었다. 사실 두 번째 도전엔 무서운 느낌에 클리토리스에
구멍을 온전히 대지도 못하고 2/3 정도만 걸쳐두었었는데, 이번엔 용기를 내어 제대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오로지 몸에 집중했다.

 

몇 십초나 지났을까. 내가 마치 생양파라도 되는 양,  겹겹으로 쌓인 껍질이 하나 하나 파헤쳐지는 것 같았다. 첫 꺼풀 안쪽의 날것으로 스며드는 감각, 그리고 한 장 더 헤져지고, 그 안에 또 다시 발가벗은 살갗, 다시 안쪽의 펄떡펄떡 뛰는 심장, 그 안에 또 다시 웅크리고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손을 차라리 떼버리고 멈추고 싶었지만, 더 깊숙하게, 끝까지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싶었다. 격렬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무한 질주를 거듭하다 질끈 감은 두 눈 안쪽이 환하게 빛났을 때, 기기를 몸에서 떼어냈다.

 

이 경험은 자연스레 처음 오르가즘을 느꼈던 때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내 몸인데도 내가 제어할 수 없이 달아오르던 기억. 발끝, 종아리, 아랫배에 잔뜩 힘을 준 채, 눈을 꼭 감고 알 수 없는 격동에 온전히 내맡기던 순간 말이다. 그때로부터 적잖은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이렇게 숨은 느낌이 있고, 그걸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매장에 출근해 팀원들의 피드백을 들었다. 다들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피로 누적에도 불구하고 다들 아주 강력한 오르가즘을 빠르게 느꼈다며 입을 모았다.

 

우머나이저. 이 흡입력을 지닌 섹스토이는 5단계로 클리토리스를 살살, 그리고 점점 더 세게 끌어 당기며 다른 것에 한눈 팔지 못하게, 오직 그것에만 빠르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을 지녔다. 플레져랩 팀원들이 말한 오르가즘까지 이르는 속도는 집중도에 따라 1분안팎이었다. 또 모두들 1단계 자극만으로도 충분히 절정에 이르렀으며, 멀티 오르가즘을 느꼈다.

 

우머나이저는 배터리가 아닌 충전식으로, 4시간 충전으로 90분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 번 사용할 때 10분 이상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기기 자체는 방수가 되지 않아 샤워 아래서 사용하거나 수중에서 즐기긴 어렵지만, 몸에 바로 닿는 캡 부분이 분리되므로 그것만 빼내어 비누와 물로 세척, 건조하면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섹스토이를 써 봤고, 조금 색다른 것에 도전할 자신이 있거나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또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들기 전 빠르게 쾌감을 줄 수 있는 기기 중 우머나이저보다 나은 제품이 있을까 싶다.

 

한편으론 우머나이저는 너무 빠르고 진한 자극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섹스의 재미를 빼앗아 갈 수 있다. 다른 제품들은 5-15분 정도 마사지하며 자극을 하는 까닭에 상상력도 동원해야 하고, 야한 시청각 자료를 감상하거나 파트너와 사용할 경우 서로 자극을 주고 받는 여유를 부릴 수 있다면, 우머나이저는 다른 것엔 정신을 절대 팔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다.

 

클리토리스 자극 보다 삽입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도 역시 추천하지 않는다. 우머나이저는 철저히 클리토리스를 공략하는 제품이다. 만약 성기 안쪽의 깊숙한 감각을 자극하고 싶다면, 우머나이저 보다는 삽입식 (진동)딜도를 추천한다. 참, 유두가 예민하고 그 부위에 비슷한 자극을 주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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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섹스나 섹스토이에 지친 당신,

우머나이저와 함께

다시, 뜨겁게 오르가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