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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12.01 08:15 | 채상우

여성용 섹스토이업체 ‘플레져랩’ 최정윤·곽유라 대표인터뷰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제가 겪어본 새로운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숨길 필요는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기쁨을 줄 수 있는 도구인 자위용품 등 섹스토이를 부끄러워하고 감출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최정윤(외쪽) 대표와 곽유라 대표. 사진=플레져랩(스튜디오 207 촬영)

남성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성인용품 시장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진 젊은 여성들이 있다. 지난 8월 문을 연 여성전용 성인용품 전문업체 플레져랩의 최정윤(30),곽유라(28) 공동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6일 찾아간 서울 합정동에 있는 플레져랩의 첫 이미지는 ‘세련’이었다. 점포 외부는 합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커피숍을 떠올리게 했고 내부는 고급 액세서리샵과 같았다. 벽면과 천정은 아이보리색으로 포근한 느낌을 주었고 진열장은 짙은 색의 목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플레져랩은 번화가 뒷골목에 위치한 성인용품점이 가지고 있던 칙칙하고 음습한 이미지를 완전히 깨버렸다. 진열된 상품 중 혐오감을 줄 만한 물건은 없었으며 성인용품이라고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면 장식품 또는 장난감으로 오해할 만한 상품들도 있었다. 여성들을 위한 제품이다 보니 “디자인에 특히 신경을 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합정에 위치한 플레져랩 전경. 사진=플레져랩 (스튜디오 207 촬영)

젊은 나이에 성인용품 업체를 차린 두 대표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최 대표는 미국 명문대인 워싱턴주립대를 졸업한 후 LA타임즈 서울지부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일한 외신기자였다. 곽 대표는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였다. 둘 다 사람들의 오해처럼 문란하거나 ‘되바라진’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플레져랩에 진열된 여성용 자위기구. 사진=채상우 기자

남부럽지 않은 좋은 직업을 가진 그들이 성인용품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자신들이 겪은 즐거움을 남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성인용품을 사용하기 시작해 10여년 동안 다양한 성인용품을 섭렵한 ‘성인용품 마니아’다. 그녀가 이런 내용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이유는 ‘성(性)은 생활이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다.

“많은 여성이 제대로 된 즐거움을 찾지 못한 채 남성 위주의 성생활에 이끌려 다니고 있다. 그런 문화를 바꿔보고 싶었다. 성인용품이 얼마나 큰 즐거움이 될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플레져랩을 설립했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곽 대표 역시 “성인이 된 이후 성인용품을 접한 후 성인용품의 매력에 빠졌다”고 스스럼 없이 털어 놓으며 “성인용품을 사려고 해도 여성을 위한 성인용품은 쉽게 찾지 못하는 국내 현실이 답답해 직접 성인용품 업체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지난해 초 만나 의기투합해 플레져랩을 설립하게 됐다.

플레져랩 내부 전경. 사진=플레져랩 (스튜디오 207 촬영)

플래져랩을 설립하면서 그들이 느꼈던 가장 큰 어려움은 성인용품에 대한 인식과 규제였다.

최 대표는 “업체를 설립하기 위해 각종 신용기금에 문의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성인용품은 환락업종으로 분류가 돼 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며 “여전히 성인용품을 나쁜 것으로만 치부하는 사회 인식이 가장 힘들었던 점”이라고 토로했다.

플레져랩 내부 전경. 사진=플레져랩 (스튜디오 207 촬영)

하지만 이런 인식 속에서도 플레져랩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기만 하다. 플레져랩은 문을 열자마자 월 매출 2000만원을 거뒀으며 새로운 신제품을 찾는 단골손님이 생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플레져랩을 찾는 고객 대부분은 20~30대 여성들이다.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은 여성용 자위기구의 일종인 바이브레이터다.

플레져랩의 비전은 성인용품, 성인 미디어 콘텐츠, 성교육 등 성인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성인문화 종합 기업’이다. 최 대표는 “성인용품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크다”며 “플레져랩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컨셉으로 한국의 성인용품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플레져랩 내부 전경. 사진=플레져랩 (스튜디오 207 촬영)